소백산을 몇 개월 만에 또 간다
야생화 만발하는 계절
상고대가 지천으로 피는 계절
거침없이 바람 부는 계절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는 계절이라 해도
장쾌한 능선이 좋아서 무작정 간다
할아버지 두루막 옷고름 같이 긴 능선을 걷고도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다음을 기약하는 산이 소백산이다
지리산이 어머니의 품과 같다 하지만
거친 곳 이라고는 없는 소백의 여유로운 능선을 걷고 나면
한없이 여유로워지는 까닭에 소백의 품도 어머니 품과 같이 생각한다
길밖으로 나와 앉아
오는 길손 가는 길손 바라보는 철쭉은
어머니의 여린 속정을 닮은 고운빛이다
한겨울날 싸리회초리처럼 매운바람을 맞으며
어머니 옥양목 버선발 같이 단아한 길
때 되면 찾아가는 고향집같이
때 되면 찾아가는 소백의 능선이다
아직도 밤별을 바라보며 걸어본 적이 없어서 늘 그것이 그립다
언젠가는 혼자서라도 밤별과의 동행이 이루어지리라
소백산 등산 안내도
- 2024.02.13. 화. 소백산
- 날씨:맑음. 영상 7~10도
- 산행코스:죽령탐방지원센터-제2연화봉-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어의곡탐방지원센터
- 산행거리:16.5km
- 산행시간:9:30~16:30(점심시간포함 7시간)
죽령탐방지원센터-연화봉구간(7KM)
죽령 竹嶺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과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에 사이에 있는 고개
높이 689m. 일명 죽령재·대재라고도 한다.
신라 제8대 아달라이사금 5년(158)에 길을 열었다.
소백산맥의 도솔봉(兜率峰, 1,314m)과 북쪽의 연화봉(蓮花峰, 1,394m)과의 안부(鞍部)에 위치한다.
출발지
죽령 탐방지원센터
충북 단양군 대강면 소백산길 17
전화 043-422-7181
죽령탐방소:고도 689m
비로봉 : 고도 1439.5m
죽령에서의 출발이 고도차는 가장 적게 난다
죽령에서 출발해 어의곡까지 가려면
짐은 가벼이
화장실 용무는 필수
그렇게 준비를 끝내고
7시간의 소백산 탐방으로 접어든다
긴 거리의 트레킹이라 허리 협착증이 걱정되지만
워낙 등산로 정비가 잘 된 길이라
산우님들과 함께 즐거운 출발을 한다
소백산 하면 가장 많이 오가는 길
소백산 천문대가 있어 길은 차량 통행이 가능한 넓은 길이다
오늘 영상 10까지 올라간다고 하는데
지대가 높은 곳이라 길바닥에 눈은 그대로이다
출발점인 죽령의 고도가 689m
서울 관악산보다 높은 곳에서 출발하니
산행 길이가 긴 것 빼고는 큰 어려움은 없다
죽령에서 3.3km
1시간쯤 올라온 거리
올라오는 길에 왼쪽으로 천문대가 멀리 보이긴 했는데
산 뒤로 숨어서 이젠 보이지 않는다
죽령에서 연화봉까지 거리가 7km이니까 딱 절반쯤에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으며 잠시 호흡을 정리한다
바닥에 눈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신을까 하다가
장거리 발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그냥 걷기로 한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힘들지 않은 경사도임에도 숨이 찬다
멀리 제2연화봉과 연화봉이 보인다
봉우리만 보여도 벌써부터 위안이 되는 소백산이다
저 연화봉은 죽령으로부터 7km 거리이니까
오늘 산행의 거의 절반에 해당되는 곳이다
제2 연화봉이 드디어 보인다
죽령에서 4.3km
1시간 30분 정도 소요 되었다
산상 전망대 탑이 남산에 온 듯 반갑다
소백산이라는 넓은 우주의 등대 같은 전망대탑이다
날씨가 포근해 상고대는 기대도 안 했지만
전망대탑이 푸른 하늘을 이고 있다
푸르디푸른 날이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하겠다
소백산 강우레이더 관측소 높이 46m, 아파트 15층의 높이를 자랑하는 소백산관측소는 지난 2011년 개소했다. 1층에는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관측소 사무실, 8층에는 전망대, 9층에는 레이더 돔이 있다. 나머지 층은 통신시설과 직원숙소로 운영된다. 관측소 최상단에는 지름 12m의 레이더가 장착됐다. 365일 쉬지 않고 가동하는데 좁은 지역의 강우량까지 예측할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 레이더는 소백산을 중심으로 반경 100km의 비구름을 1분 단위로 측정, 수집한 정보를 낙동강과 한강홍수통제소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
전망대와 대피소가 있고
그 아래 길섶에 제2연화봉 표지석이 듬직하게 서있다
무엇이 그리 바빠
저 전망대를 이번에도 그냥 지나간다
항상 서둘러 길을 재촉하는 바람에 늘 그렇다
제2 연화봉 1357m
죽령을 기준으로 연화 2연화봉-연화봉-제1연화봉
3개의 연화봉이 늘어서 있다
어마어마한 백두대간길
표지석도 대단하다
표지석이 하도 커서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다
백두대간은
멀고 먼 길을 내려와 강원도 태백산에서 이곳 경상도 땅의 소백산 주능선으로 이어진다
소백산의 산군을 벗어나면 충청도 쪽 속리산 산군으로 이어진다
백두대간이라고 나서 본 적은 없지만
드문드문 대장군 같은 백두대간 표지석을 만나면 그 앞에서 사진 한 장 찍는 일이 즐겁다
이제 연화봉으로 가는 길
이보다 더 푸른 하늘이 있을까요
티 없이 푸른 하늘
소백은 하늘을 저절로 보게 하는 산이다
코가 길에 닿을 것같이 가파른 길이 거의 없다
그래서 고개를 하늘로 향하지 않아도
하늘은 늘 가까이 다가선다
다가선 하늘 속으로 풍덩 빠져들 것 같이 푸른 하늘
걷는 길이 순백이라 푸르름을 더욱 짙게 한다
이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아이젠을 신지 않은 벌로 엉덩방아 세게 한방 찍고
정신이 번쩍 들어 아이젠을 장착했다
연화봉으로 가는 길 중간의 전망대
연화봉까지만 산행한다면 이곳에서 쉬면서
멀리 비로봉까지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오늘 산행하면서 내내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이라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소백산 천문대 소백산 천문대는 국내에서 최초로 현대식 망원경을 설치한 천문대이다. 1974년 국립천문대로 설립한 후, 1986년 소백산 천문대로 개칭했다. 소백산 천문대는 별 관측을 위해 주변 불빛이 없는 곳에 자리했다. 천문대까지 가려면 해발 1,400m 연화봉 인근까지 걸어서 가야 한다. 주간 견학의 경우 망원경 등 관측 시설 및 장비 견학과 천문우주과학 설명이 중심이다. 낮이라 천체관측은 불가하며, 워크숍과 연구연수 등의 행사가 있는 경우 견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 후 방문해야 한다. |
연화봉을 오르며
멀리 흰 모자 쓴 비로봉이 드디어 고개를 내민다
능선길이 훤하게 보이니 왠지 다 온 듯 반갑다
오르락내리락 순한 길이 뱀처럼 숨지 않고
꼬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구간이다
연화봉 아래 화장실
갈길이 머니까 한 번 더..... 들리고....
드디어 연화봉이다
죽령에서 7km의 거리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 되어 12시쯤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의 거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거리라서
여기만 오면 다 온 듯 반갑다
연화봉에서 바라본 제2연봉의 강우레이더 전망대
그리고 오른쪽으로 첨성대모양을 한 기상관측소가 한눈에 보인다
소백의 주능선의 봉우리들 표지석의 모양은 전부 다르다
연화봉의 표지석은
옆으로 누워있는 돌을 다른 돌기둥이 받치고 있다
마치 연꽃을 받치고 있는 꽃대처럼.
비로봉까지 가지 않고 희방사 쪽으로 날머리를 잡는 경우
연화봉에서 희방사까지는 대략 2.4km 가파른 돌계단이고
희방사역까지는 5km이다
연화봉 (蓮花峰) 1394m 연화봉(蓮花峰)은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수철리와 충청북도 단양읍 천동리의 경계를 이루는 봉우리 '연화봉'이라는 명칭은 전국 산지에서 종종 확인되는 이름으로, 이와같은 이름은 산의 생김새가 연꽃처럼 생겼다하여 유래한 경우가 많다 소백산 연화봉의 경우 「재향지」의 희방용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연화봉 (蓮花峰) '아래에서 발원한다."라 하여 산의 이름이 전해진다 |
연화봉 전망대
소백산의 주봉들이 훤히 바라보이는 전망대이다
연화봉-비로봉구간(4.3km)
제1 연화봉-비로봉-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소백의 등줄기
큰 산에 들면 장쾌하게 늘어진 능선이 아무리 봐도 좋다
비록 그 길을 걷지 않는다 해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길을 걷는 듯 좋다
마음속에 들어있던 기포들이 전부 허공을 향하여 날아간다
완만하게 올라왔지만
하산길이 급하다
아이젠을 쾅쾅 찍으며 아래로 쓸려 내려가는 구간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마치 과수원을 지나는 것 같다
제2연화봉으로 가기 위해
계단 앞에 멈추어 숨을 고르면서 뒤돌아본 풍경
불과 몇 분 전의 길인데
연화봉과 제1연화봉이 저만치 멀어져 갔다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는 4.3km 약 2시간 거리
오름과 내리막을 주고받으며 걸어야 한다
계단이 있어서 미끄럽지는 않다
계단중간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로봉
저 비로봉까지 오후 2시 30분까지는 도착해야 하는데
탁월하게 푸른 하늘과 멀리까지 보이는 풍경 때문에 걸음은 자꾸 느려진다
계단 중간 전망대에서 바라본 연화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영주방향
저 멀리 삼가야영장아래 금계저수지까지 바라다 보인다
제1연화봉 1362m
정상아래 길가에 표지목이 있다
연화봉의 위용에 눌려 자칫 이곳이 제1연화봉인지도 모르고 급하게 지나칠 수도 있다
국립공원이라 이정표는 단단하게 박혀있어서
소백의 거센 바람에도 끄덕 없다
봉우리를 만났으니 내려갔다가
당연히 올라가고....
키가 크지 않고 굵은 나무는 아니지만
수령은 오래되어 보이는 듯한 숲길이다
남들은 남쪽 지방의 영남알프스를 많이들 말하지만
이곳 또한 알프스처럼 초원과 야생화가 가득해서 소백알프스라 생각한다
난 이곳을 비로봉에 가기 전부터 소백평전이라 한다
이지점에서 비로봉 사이의 철쭉이 좋아서
봄 소백을 너무도 좋아한다
설날을 지나 평일에 오니 등산객이 없어
넓은 평전을 내 것 인양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다
상고대도 없고 꽃도 없는 소백
그래서 소백능선이 더 잘 보이는 계절이다
눈이 제대로 덮여 있었다면
세상은 푸른색과 하얀색일 뻔했다
재빠르게 걷던 산우들이 여기서는 한없이 지체한다
주머니에 넣었던 핸드폰을 다시 꺼내서 몇 방이나 찍었었는지.
천동리 방향
봄이면 꽃이 피게 될 철쭉과 함께.
"별빛이 그리운 것은
그 어느 하나가 나를 비추고 있기 때문이고
산 길을 걷고도 그리운 것은
어느 모퉁이에 내가 있기 때문이다"
영주방향
금계저수지와 삼가야영장 쪽
두 산맥이 만나 물이 되는 곳까지 훤하게 보이니 산자분수령이 떠오른다
山自分水嶺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못한다'
'산 없이 시작되는 강은 없고, 강을 품지 않는 산이 없으니 산과 강은 하나이다'
자연의 이치는 어디 가나 똑같고 사람 사는 데는 모두 비슷해서
그런 방식으로 경계가 있고 다른 지방이 생겨서 이에 따른 문화가 있는 셈이다
비로봉이 얼마 남지 않은 설원
텅 빈 세상이 좋아서
핸드폰 배터리는 바닥이 나는데
그래도 어느 풍경도 그냥 둘 수 없다
오던 길을 되돌아보는 것은 산행의 의무
왼쪽으로 뿌옇게 살짝 고개 내민 봉우리가 죽령에서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도솔봉인 것 같다
평일이라 조용하다
이 길에 바람만 왕성하고 사람이 없다 보니
순례의 길을 가는 것처럼 거룩하다
이 길을 걷는 일이 치유와 자기를 발견하는 길인 것만 같다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강우레이탑은 내가 가야 할 성지탑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비로봉은 하얀 모자를 쓰고 있어서 금방 티가 난다
흰 모자를 쓴 비로봉을 보니
알프스의 고봉 중에 유난히 둥근 모양을 한 몽블랑이 생각난다
입 벌리고 있는 강아지 같다
나뭇가지에 상고대는 없지만
정상이 가까워 올수록 눈은 제법 많고
여기서부터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몇 겹인지 모르겠다
소백의 주름살 같은 능선들
연화봉에서 내린 산줄기는 희방사를 향해 내려서고
멀리 구름처럼 도솔봉과 삼형제봉이 사동리를 향해 다리를 뻗어 내리고 있다
천동탐방안내소 갈림길
천동리 방향으로 300미터쯤 내려가면 고령의 주목나무가 있는데
오늘은 인사도 없이 그냥 가기로 했다
이삼년 그냥 지나쳤는데 좀 더 늙었으려나....
마지막 오름길
왼쪽 민배기재에서 비로봉까지의 능선이 한옥의 지붕 같은 곡선이다
비로봉 아래에는
주목나무 군락지가 있는 곳인데
개체수가 별로 많지 않다
이곳의 8월은
일월비비추가 피는데 철쭉이 피는 것처럼 장관을 이루는 평전이다
주목관리소가 있는 소백평전
이곳에 연둣빛 초원과 갖가지 야생화가 피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누가 알프스를 부러워할까요
알프스에 바늘꽃이 핀다면
이곳 일월비비추가 바늘꽃의 분홍빛을 대신하다
눈 위로 지나간 바람의 흔적을 담아보고...
소리는 있으되 형체가 없는 바람
그래도 결은 있어 순백만이 그 흔적을 담아낸다
이 시간이 너무도 행복하다
이 순간의 행복이 오래 지속할 수 있게 걸음을 늦춘다
그러다 보니 가장 뒤처졌어도 눈치도 없이 멍하게 서있는다
한치도 빠짐없이 모두 보이는 오늘의 뒤안길
서두를 일이 뭐 있는가
산행의 백미는 산멍이다
파랗게 내려앉는 하늘과 겹겹의 산능선에서
시선은 오래도록 빠져나오지 못한다
영험한 영봉들의 힘인듯하다
주목군락지
천 년 후까지 잘 자라거라
천상으로 가는 계단
바람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한다
비로봉에 이르면서 바람이 기세몰이를 한다
옷을 두껍게 껴입고 정상을 맞이할 준비 한다
비로봉 1439.7m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도계를 이루고 있으며 1987년 12월 14일 우리나라 18번째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소백산의 '백산'은 '희자', '높다', '거룩하다' 등을 뜻하는 'ㅂ· ㄺ'에서 유래한 것인데 소백산은 여러 '백산' 가운데 작은 백산이라는 의미이다 예로부터 신성시되어온 산으로 삼국시대에는 신라, 백제, 고구려의 국경을 이루던 곳이기도 하며, 연화봉, 비로봉, 신선봉 등 불교와 연상되는 봉우리와 희방사, 비로사, 구인사, 부석사 등 수많은 사찰이 즐비한 곳이다. 소백산의 유래는 큰 산을 의미하는 백산(白山) 계열에 속하는 산으로 동북쪽에 자리한 태백산보다는 작다는 의미에서 소백산 명칭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또는 산머리에 흰 눈을 이고 있는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비로봉의 비로는 불계의 비로자나의 준말이며 몸의 빛, 지혜의 빛이 법계에 두루 비치어 가득하다는 뜻이다 |
남쪽을 향해 서있는 비로봉 표지석은 위쪽의 너비가 더 넓은 긴 마름모에 가깝다
비로봉, 비로의 뜻처럼 소백의 모든 빛이 두루 내려앉았을 표지석이다
고봉에 섰으니
360도 삼라만상이 전부 눈에 들어온다
문득 카오스의 공허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텅 빈 공간, 그 거대한 틈에서 우주만물을 바라보며
나는 다른 세상은 잊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영주 방향의 풍경
왼쪽 저수지는 순흥저수지
오른쪽 저수지는 금계저수지
멀리 안동 학가산까지 조망이 되는데
맑은 날임에도 안동 쪽 시계가 맑은 편은 아니다
이길로 하산하면 비로사를 지나 삼가주차장까지는 대략 5.5km이다
여기에 있어도
집에 있어도
생각만 하면 눈에 선한 소백의 능선길
이 길은 기억하려 애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머리에 남은 능선길이다
바람 부는 소백
거친 소백의 바람을 맞이하고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속을 훤히 내어주는 곳이라 그렇다
속이 보이면 그 사람을 좋아하듯
오장육부가 모두 드러난 것 같은 산
바람이 그렇게 잦아도 소백은 부드럽다
부드러운 품이 일월비비추를 무리무리 키워낸다
신비함이 가득한 연보랏빛 세상을 다른 산이 이렇게 그려낼 수 있을까
비로봉-어의곡(새밭) 구간(5.2km)
어의곡 방향으로 하산
민배기재 그 너머로
국망봉과 늦은맥이재로 이어지는 능선이 늘어서있다
소백산이 말한다
걸을 테면 얼마든지 걸어라
길은 원 없이 실타래 풀듯이 내어주마
바람은 그만 내려가라 등짝을 밀어내지만
마음은 소백의 정령에 잡힌 듯 내려가질 못한다
내전생의 인연이 여기에 있었나
시집가기 전날 엄마 곁을 떠나기 싫었던 그 마음이다
국사봉과 어의곡 삼거리
어의곡으로 하산
물푸레나무 군락지
괘방산에서 대단위로 보았던 물푸레나무 군락지가
소백산에도 있다
물푸레나무는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란 뜻의 아름다운 우리 이름의 대표 주자다.
실제로 어린 가지의 껍질을 벗겨 물에 담가보면 파란 물이 우러난다.
물푸레나무의 껍질을 ‘진피(秦皮)’라 하는데,
《동의보감》에는 “우려내어 눈을 씻으면 정기를 보하고 눈을 밝게 한다. "라고 한다
꽤 긴 거리를 잇는 잣나무 숲
소백산에 빼앗겼던 마음을 다시 되돌려 받는 듯한 숲길
겨울임에서 시원함이 좋다
비로봉에서 약 2km 내려온 지점
여기서부터는 3km 구간은 계단과 약간의 경사가 시작된다
국립공원이라 취사와 야영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내려갈 때야 괜찮지만
어의곡에서 비로봉까지 5km가량을 오르려면
이런 쉼터가 있는 것이 참 고맙다
죽령에서 시작해 비로봉을 오르고 어의곡으로 하산할 때까지 눈과 얼음이 가득하다
이정표보다 더 큰 글씨로 아이젠을 착용하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
함께 가던 일행이 발이 무겁다고
아이젠을 벗었다가 엉덩방아를 세 번이나 찍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날씨가 영상 10도 이상을 웃돌았다는 일기예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어의곡 골짜기는 얼음이 길 끝까지 박혀 있다
약 1km 정도의 급경사를 벗어나면 하산길은 별 어려움이 없다
율전탐방로와 어의곡탐방로 분기점에서
오늘의 산행은 끝마치며 아이젠을 벗는다
하늘로 빠질 것 같이 푸른 날
16km의 장거리 산행을 하고도 몸은 참 가볍다
안개가 많았다면 습기가 파고들어 몸이 묵직할 텐데
맑은 날의 산행은 피곤이 덜하다
남편을 군인으로 둔 동생은 장군이 되라고 장군봉만 수십 번을 올랐다는데
난 비로봉이 좋다
오대산 비로봉, 치악산 비로봉이 그렇고 소백의 비로봉이 그렇듯이
봉우리가 유려하고 모나지 않아서 편안한 느낌이다
두루 비추는 비로의 빛을 받아 모나지 않은 세상을 걸어가고 싶다
2024.02.13. 화. by gyeong
보리곳간
충북 단양군 가곡면 사평 3길 6-1
전화 043-422-5860
맛깔난 단양의 맛집
보리밥에 청국장 넣고 슥슥 비벼 먹고 막걸리 한잔 걸치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제사 노곤함이 밀려온다
차창밖으로 지는 석양이
막걸리 한 사발 걸친 내 마음처럼 발그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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