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美

설날-곱다, 참말로 이쁘다

kyeong~ 2013. 2. 11. 17:42

 

 

 

2013.2.10. (음력 정월 초하루)

 

 

 

 

언제 봐도 꽃 자수가 참 곱다

새색시 그때 마음이 이 꽃 자수처럼 나름 고왔을 텐데

지금은 거칠고 메마른 나뭇가지 같은 마음이다

 

 

 

 이런 색실을 세 갑이나 챙겨서 넣어 주었다

어떤 것은 삼십 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비닐 껍질도 안 벗긴 실

저 실을 다 쓸 때까지 난 엄마 마음을 다 모를 것 같다.

 

 

 

 이불을 꿰매고 아이 기저귀 끝자락을 감치고

이것저것 참 많은 일을 한 굵은 실

저거 말고도 아직 타래실 두 개가 더 있는데 언제 다 쓰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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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손잡이에 감겨있는 천을 벗겨버리고 새것으로 감아볼까 싶다가도

엄마가 시집올 때 감아준 대로 두고 잘 쓰고 있다

그 긴 세월을 보냈으면 무뎌질 만도 한데

어느 것을 자르던 말을 잘 들어서 좋다

 

 

 

 

시집올 때 챙겨준 앉은뱅이 부라더 재봉틀과 바늘

시집가서 평생 쓰라고 바늘을 호수별로 챙겨주셨다

어른들 끼리 맺어주는 혼사라

손색없이 살라고 그러신 것인지

나에게 딸이 있다면 무엇을 챙겨주고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었을까....

쉰을 넘긴 나이

머지않아 아랫사람을 두고 가르침을 하게 될 텐데

어른 노릇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닌듯하다

현세대에게 맞는 현명한 어른이 되어야겠지만

사실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워야지 싶다.

2013.2.10. (음력 정월 초하루)

 

설이다

떡국을 끓이기 위해 양지머리를 삶았다

물이 끓자 거품과 불순물이 위로 올라 넘친다

국자로 불순물과 거품을 한참을 걷어내자 끓기는 끓되 넘치지 않았다

쉰을 넘기니 하나둘 돌다리를 건너는 숫자들 참 빨리 넘어간다

올해에는 삶에 섞여 있는 거품과 불순물을 걷어내고 진국처럼 살아가야 할 텐데 말이다

스스로 거품을 찾지 못하니 누군가 국자를 들고 나의 거품을 걷어내어 줘야 할 텐데 말이다.

 

팔순을 향해 걸어가시는 친정엄마가 자꾸 약해지는 듯하다

며느리에게 오랫동안 끼고 지내던 아버지의 제사를 넘겨주셨다

이쯤 해서 며느리에게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더 나이가 들면 가르쳐주지도 못할 것 같아서 말이다

 

 어머니께 한복을 곱게 입고 세배를 드려야겠다 싶어서

한복을 찾아내어 보았다

명절이 되면 딸이 친정에 오는 것을 삼가셨던 어머니

친정에 서둘러 가려고 시댁 일을 가벼이 여길까 염려하셨음을 안다

그래서 시어른들 다 돌아가셔도 명절에 친정에 가는 것을 게을리하고 있다

 

동정을 고치고자 바느질함을 열었다

어쩌다 열어보게 되는 바느질함이지만 바느질함만 열만 엄마 생각이 난다

색동 함에 여러 가지 색깔의 실을 넣고

가위는 손이 아플까 봐 손잡이에 붕대를 감아서 넣어주셨다

색동 함은 오래 쓰다 보니 때가 타서 물에 담가 두었다가 빨아보려고 하다가

물에서 들어 올리자 틀이 일그러지고 물이 빠져 그만 버려버리고

그 속에 담겨 같이 시집온 색실만이 시집오든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를 따라 이사를 하고 함께 안방 차지를 해왔다

그때 챙겨주신 실을 아직 절반도 못 쓰고 있다

엄마가 나를 기를 때 원했던 마음을 절반도 못 채워 드린 것처럼 말이다

어머니께 곱게 한복을 입고 세배를 드렸다

 

원하는 딸이 못되어 늘 죄송하지만

딸의 삶에 섞여 있는 거품과 불순물을 걷어내어 주시려면 오래오래 살아계셔야 할 텐데..............

가장 애지중지하는 아버지 제사를 아들에게 내어주신 어머니

올 설에는 자꾸 나약해 보여서 마음이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