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 때문에
하늘은 맑았지만
날씨가 추웠지요
눈이 겹겹이 쌓인 산이지만
길을 찾을 필요가 없었지요
남들이 무수히 낸 발자국을 따라
발만 옮겨 놓으면 되는 길이었지요
눈에 선한 길
오랜만에 그리운 이가 동행합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좋을 텐데
고요한 길을 걷고 있을 때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리움이 따라다닙니다
한동안은 그리움 때문에
몸살이 날 것 같습니다
풍경에 기댄 눈이 녹을 즈음에야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은 일하느라 바쁘고
산을 오르느라 힘들어서
그리울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움을 아는 일이 참 서툴렀습니다
햇빛을 반사하는 눈 때문에
바람은 눈을 뜨지 못하고
산중까지 찾아온 그리움은
갈지자 길을 따라 비틀거리며 따라갔습니다
무색의 더듬이로 바람을 안고 사는 눈
까닭 없이 눈이 내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움을 아는 일이 서툰 사람에게는.
梁該憬
2015.2.8. 정선 백운산에서 (섣달 스무날, 어느
하얀 것은 더욱더 하얗고
파란 것은 더욱 더 파란색
티클이라고는 없는 첩첩산중에 몇 시간동안 몇 말의 숨을 토하고 갈 것인지.
마음가는대로 길을 내고
내가 밟으면 모두가 내삶의 이정표이지
수천만년 역사의 주름
저 깊은 주름앞에
마음의 장엄함을 느끼겠다.
아무리 힘겹게 살고
아무리 참답게 살았다고 해도
저리 깊고 깊은 삶의 깊이를 그려내겠는가
이러저리 흘러내리는 산줄기와
하늘로 오르는 그 끝을 보느라
숨을 쉬는지 피가 흐르는지..모두 잊겠다.
오른쪽으로 난 하얀길, 운탄고도
저 운탄고도에 눈이 내렸다
검은 연탄가루 날리던 길에도 눈은 내리고....
저기 마법의 성같은 건물
저기 하이원c.c 호텔에서 부터 걸어 올라왔다.
백운산 정상에서
마운틴탑을 바라보다..
이 장엄한 산하
첩첩의 산중에 스키장이 산꼭데기를 점령하였다.
백운산에서 마운틴탑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헬기장이 있다
눈에 덮혀 헬기장인지 모르겠다
지난 여름
이 헬기장에서 밥을 먹었다
들꽃의 정원에서 ....
천국의 식사처럼
그러나 지금은 눈이 온세상을 점령한 계절
눈의 여신 앞에서 우린 또다른 순백의 마음을 배운다.
참 깊다
저 깊은 골짜기를 따라
계절이 넘어오고
바람이 넘어오고...
나는 그져 마음만 깊어간다.
지난 흔적들
여기에 머물다 지노라...
마운틴탑을 향하여 걸어갑니다.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간 발자욱일까
그들의 뒤를 아무도 따라가지 않았다
아마도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점유하고 있으리라.
그림자
나무보다 길다
내 그림자는 스스로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높이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림자의 길이도 다르다
계절에 따라 모양도 다르다.
내그림자는 타인에 의해 결정되나니
타인은 나를 수평저울에 올릴것인가
천칭저울에 울린것인가
그냥 두고 떠날 것인가..
생긴대로 무늬를 만든다
무늬가 이쁘다
마른가지의 무늬가 이쁘다
눈위에 있어서 이쁘다.
이쁜 것은 눈을 뗄수 없는 법
나그네 길을 멈추고
잠시 ....나무사이로 들어오는 빛때문에
또다른 풍경화를 본다.
스키장이 된 백운산
그래도 겨울을 힘차게 달리는 스키어들의 젊음이 싱그럽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위에
바람의 발자국
봉화대처럼 돌탑을 쌓은 풍경
하이원리조트 쉼터에서 잠시....
키작은 산죽과
쭉뻗은 낙엽송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은
감탄이 저절로 나게 만드는 곳인데
올해는 적설량이 적다.
꽁꽁 얼어붙은 산하
영하의 고도에 시퍼런 산죽나무가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눈밭에 앉아 있는 산죽나무군...
바람도 멈추고
눈이 내리는 것도 멈추고
산죽잎 눈속에 멈추어...
어느덧 거의 다 걸었다
이곳을 지나면 이제 길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못 위에 앉은 눈의 표정
나무 그림자와 눈과 눈의 무늬들...
전나무길에 눈이 내리면 화이트트리가 되어
참 아름다운 곳인데 눈이 아쉽다.
이곳에 오기전부터 저 나무에 소복소복 앉은 눈을 기대했었다..
지그재그로 난길
오늘은 아버지 기일이다
산약속을 잡고 아버지 기일인 것을 나중에 알았다
형식적으로는 약속으로 깨고 싶지 않아서
산으로 그냥 왔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산으로 가고 싶은게지..
그게 진심이지.
그리움때문에 마음은
산을 걷는내내 흔들리고
저 길처럼 갈지자로 비틀거리고
내가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자작나무군을 지나...산을 내려가는 길
바람이 몹시 불고
눈이 무지하게 내리고
날씨가 고집불통으로 춥고...
겨울이 나를 혼냈으면 좋으련만.
바람이 불거나
날씨가 춥거나
길이 나쁘거나
그게 문제가 아니라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시간이 늘 문제다
시간은 그대로 인데
시간을 스쳐가는 풍경때문에
우리는 세월이 간다고도 하고
풍경은 그자리인데 시간이 흘러 세월을 만든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길을 걸어갈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일이 가장 큰 문제이다.
산길은 끝났다.
이제 또 어느 골짜기를 타고 오를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여기서 집으로 간다.
갈 곳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집으로 간다.
산행후의 맛있는 식사
웰빙요리로 겨울산행의 온몸에 흐르는 냉기를 녹여봅니다.
"웰빙한방마을"
주소 :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1리
전번 : 033-592-1380, 010-3630-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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