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그리고 동행(5)-담양 죽녹원 대숲에서 나는 발이 있어서 참 행복하다 쉰 해를 걸어서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다 걷고 있으면 고요하고 올려다보면 한없이 시원한 대숲 어떤 이는 속이 비었다고 말하지만 과거의 삶 전부가 여백이었고 앞으로도 한량없는 여백뿐 민가지, 빈자리를 위한 이유다 천지가 늦더위를 먹고 지쳤지만 발밑에.. photostory- 路 2010.09.09
관곡지-여름비 꽃상여 타고 가네 연꽃 강아지풀 물가에 머리 묻고 뚝뚝 떨어지는 봉선화 비는 왜 이렇게 오나 여름비 꽃상여 타네 여름 강을 건너가는 꽃상여 누구를 두고 가지 못하기에 아침에서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제 그리움을 잡고 있나 꿈에서였던가 홀로 강을 건너가려다 너를 잊지 못하여 화들짝 일어났지만 저만치 떨어져 .. photostory- 路 2010.09.04
비둘기낭 폭포-개망초꽃이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개망초꽃이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비둘기낭 폭포로 들어가는 길 닫혀 있는 철망 문에 매달려 있는 열쇠 폭포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철망 문을 꼭 잡고 있다 열쇠처럼 매달려서 철망 문을 넘어 폭포로 들어갔다 잘못하면 철조망에 옷이 찢길 뻔했지만 열쇠가 붙잡고 있는 것처럼 철문에 바짝 매.. photostory- 路 2010.07.31
열두 개울-초성리에서 덕둔리까지 열두 개울 개울을 건너 초성리에 가는 동안 잎사귀 깔깔대는 소리 다 듣고 잔등을 타고 내리는 소나기소리 다 듣고 모난 돌 꼬여내는 물소리 다 듣고 주근깨 다닥다닥한 나리꽃 사춘기 시절 다 보고 외진 길 무명사 無名蛇 뒹굴다 꽃 숲에 잠들고 땡볕은 잠자리 꼬리 물고 개울에 자맥질한다 개울을 건.. photostory- 路 2010.07.28
양떼목장- 잠자리 날개같은 안개가 지나는 여름 경계를 지우다 42번 도로를 타고 집으로 달려간다 하늘이 내려오고 길은 바람개비를 돌리며 달린다 산들이 만든 풍경의 안쪽에서 존재를 알리던 경계를 스럼스럼 지우는 안개 너른 안개의 극치 시간의 지평 위에 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유는 경계를 지워내는 일 때문이다 잠자리 날개보다.. photostory- 路 2010.07.17
대관령 삼양목장-안개천국, 어디로 가야 하나 길 위에서 길을 몰라도 길을 나서보자 지독한 안개가 앞을 가려도 길은 길의 천성을 버리지 못하지 길을 두고 나서지 못한다는 것은 게으른 꿈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를 일 모호로비치 불연속면처럼 이어지는 곡예 같은 길을 만나도 지나고 나면 최상의 길이 되곤 하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 photostory- 路 2010.07.11
남한산성-그대가 있는 한 들꽃이며 나무며 사랑해야지 들꽃 넘실거리며 오는 햇빛을 피해 아무데나 앉아도 옆에 따라 앉는 꽃 오랫동안 들꽃이라 불렀다 이름을 알고도 들꽃이라 불렀다 이웃에서 얻어 온 화초 생각날 때마다 물을 주기는 했지만 꽃이 안 피는 줄 알았다 아직도 이름을 모르지만 십년 만에 꽃이 피었다 길을 가다가 앉으면 바람처럼 곁에 .. photostory- 路 2010.06.15
초대, 그리고 동행(3)-하이디 하우스 찔레꽃 꿈 눈에 익을 대로 익어서 젖무덤 사이를 지나는 것 같이 편안한 길 나무계단을 지나 한 자 폭의 길을 걷자니 취한 듯 흐려지는 발걸음은 장배기를 넘고 또 넘는 달 같다 달빛이 쏟아 내는 찔레꽃밭 하얀 성에 갇혀버렸네 소매 밑 하얀 살이 설탕처럼 녹아내릴 때 줄기를 더듬고 예리하게 돋아.. photostory- 路 2010.06.11
능내리-눈에 선해서 잡고 살아갑니다 그냥 걸었다 저녁 무렵 철길을 걸었다 애기똥풀은 철길 옆으로 내려갔고 아카시아 내음은 같이 걸었다 철길이 부르는 소리 자갈 튀는 소리 아카시아 꽃잎처럼 터져 나오는 심장 소리 쿵쿵 튀어 올라 아카시아 꽃잎을 따겠다 길에서 저녁을 만났다 강은 길옆으로 내려갔고 아카시아 내음은 여전히 같.. photostory- 路 2010.05.26
퇴촌-젖었다가 말랐다가 빗속으로 걸어 가는 시간속에서 자운영 꽃이 필 때에 내리는 비는 자운영꽃 알갱이만한 비가 온다 젖었다가 말랐다가 온종일 비는 꽃 속에 들고 꽃은 하늘을 보며 딴청이네 자운영 설레이는 마음을 알랴 뻐꾹새 빗속에서 울고 하늘이 뿌연 날은 자운영이 신발 위에 올라앉는다. 2010.5.13. 퇴촌에서 저강을 몇 번이나 보았던가 오면서 .. photostory- 路 201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