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길에서 가본 길에서 아는 길도 많고 가본 길도 많다 아는 길이 다 가본 길이 아닐 것이고 가본 길이라 하여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을 불러놓고 가본 길을 가슴 속에 그려보니 다 기억되지 않아 걱정이 앞섰지만 어느 길이라도 길은 열리리라는 생각을 했다 나를 앞서 가는 사람들 처음 온 길..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3.11
간절기의 사색 간절기의 사색 어제 남녘의 들길에서 버들강아지 바람에 살랑이는 것을 보았는데 꼭 하루 만에 온 천하가 눈뿐인 세상에 놓여있네 마음이 무수하여 봄으로 갔었다가 다시 겨울로 왔네 바람도 내 마음인가 눈꽃을 털어내고 봄볕에 마음을 내밀었는지 온종일 걸어도 인사도 없는 바람 눈..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3.11
2월, 산에 오르면 2월, 산에 오르면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십여 년 산에 오르고도 처음이나 지금이나 산은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산 정상에 서 있어도 산은 항상 멀다 힘겹게 산을 올라 어정쩡하게 서서 하늘 속으로 멀어져 가는 산을 본다 흑백사진 같은 계절 감기로 목에 걸린 가래 같은 색..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3.11
소래포구에서 소래포구에서 덕지덕지 쌓여있는 개펄이 어느 여인네 군살 같다 퍼질 대로 퍼진 개펄 그 등에 앉은 물새가 발톱 자국을 내고 있어도 둔하다 생선의 내장 냄새가 나는 갯골 사이로 숨죽여 밀려오는 바다 성성했던 발톱 자국은 어디로 가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마른 수초는 바닷물에 노닐..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3.11
길 길 길이 어디로 나 있는지 모르는 곳에서 낯선 이와 길을 간다 안개는 세상의 여백마다 빽빽이 들어서 풍경과 길 사이의 경계를 지우고 이정표는 모르는 사람처럼 스친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어디쯤이 반이고 어디쯤이 정상인지 낯선 이에게 물어보지만 그건 그 사람의 길이고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3.11
철새 따라 하기 철새 따라 하기 영하의 날씨, 곱지 않은 바람이 불어도 저 새는 고요하다 저녁을 아는 것인지 물 위에 앉아 도무지 날아오를 생각이 없다 이렇게 찬바람이 이는 겨울이면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동동거리는데 저 새는 물 위에 앉아 요동이 없다 날 수 있어도 날지 않는 시간 항상 날 수 있..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3.11
눈이 왔으면 좋겠는데 눈이 왔으면 좋겠는데 산에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비가 내린다. 눈이 왔으면 좋겠는데 겨울비가 내린다 마음은 이미 산을 오르고 있는데 망설이면 무엇하나 높이 올라가면 눈으로 바뀌겠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만 보면 좋아서 무작정 오르는 길 길을 나설 때, 비가 오면 오르지 말라던..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3.11
좋아한다는 것은 좋아한다는 것은 해맑은 햇빛 아래 명주비보다 결 고운 바다를 본다 뒤척이지도 않고 물무늬만 그렸다 지웠다 허무를 헐고 평온을 얻을 즈음 가슴에서 물소리가 난다 이 물소리 때문에 우도에 한없이 젖어들어 마음은 천연덕스럽다 세 번째 드나들면서도 결국 에메랄드 물빛에 중독되어..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1.11
바람처럼(한라산에서) 바람처럼 눈 위에 바람이 그린 풍경을 본다 누워서 그린 것 나무 끝에 그린 것 길에 그린 것 어떤 그림 앞에서는 환장하겠다 꿈을 꾸면서 사랑을 하면서 길을 가면서 하물며 커피를 마시면서 바람처럼 그림을 그리며 산다 언제 지워지는지도 모르는 그림들 수없이 그린 것 위에 또 그리고..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1.02
산에 가는 날 산에 가는 날 산에 가는 날은 날씨가 추워도 좋고 비가 와도 좋다 나뭇잎이 시뻘겋게 달아올라도 좋고 가지가 바람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어도 좋다 산이 왜 좋은고 하니 절반의 삶을 향하여 끊임없이 오르는 것 산꼭대기의 바위에 앉아 운무에 잠긴 산자락을 본다 깊지 아니하여 좋다 아..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