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끝에서(수리산) 계절의 끝에서 산등성이에서 어쩌다 보니 혼자다 그저 따라오겠거니 앞서간 사람을 따라 길을 나선 낙엽만 오락가락 멀거니 바라본 풍경 찬란했던 시절은 어디로 갔는지 저리 푸른 하늘을 아래서도 뿌옇게 색을 잃어가고 있다 어느 계절이 따라오겠거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한 해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평은역(영주) 평은역 무섬마을을 빠져나와 약속한 시간은 아직 멀고 간이역에 앉았다 하릴없는 두 시간 멈추고 싶거나 천천히 떠나고 싶을 때 내가 간이역 쓸쓸함이 가슴에 앉아 있고 유년의 기억이 스쳐 간다 깃발처럼 손을 흔들었지만 기차는 그냥 지나갔다 수몰이 된다고 하는 역 잠깐의 멈춤이 수..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쓸쓸한 가을(을왕리에서) 쓸쓸한 가을 바람은 날개를 접고 새는 발자국을 내지 않는 오후 짙푸른 하늘 하늘이 너무 깊다 내 안의 바다는 노를 젓지 못하고 짙은 가을 속에 잠들었는지 발등을 쓰다듬던 파도는 모래 심줄만 남긴 체 멀어져 갔다 바람이 불어야 그곳으로 갈 텐데 새가 울어야 말을 걸 텐데 파도가 뛰..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울산바위에서(서봉) 울산바위에서 밤새 물들여 놓은 것들이 서러운가 서글프도록 푸른 하늘은 고요히 멈추고 억새 허리 굽지 않은 만큼 부는 바람은 자꾸 붉어지고 싶다는 나 같은 가슴을 자박자박 건넌다 별별의 가을이 아무렇게나 맞이한 가을이 수없이 겨울로 걸어가고 온몸의 생기가 단풍 빛이 되어있..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요선암(영월) 요선암 낮은 자리에 모양새를 갖춰 앉지도 않았는데 흔한 것이 아니라니 바람의 모양새 물의 모양새 님의 모양새 그 위에 떠도는 새 소리 없이 감싸 안고 유유히 흐르는 주천강 떠나면 그만이라 나도 언제 올지 모르고. 梁該憬 2012. 10. 2. 요선암에서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 139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희야봉에서(설악산) 희야봉에서 내 생의 숨소리 쉰둘을 쌓아 올린 숨소리가 이렇게 거칠었던가 가슴 속 천 리 길을 따라 무작정 내리꽂히는 장대한 백미 폭포 내 거친 숨소리를 알겠는가 수천 년의 풍상 아! 드디어 희야봉이다 가장 깊숙한 곳으로 거칠게 오르내리는 호흡 무어라 말을 하리 내가 아직 너를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여름 산행(칠보산) 여름 산행 삼복에 산을 오르자니 가슴은 삼계탕에 들어 있는 찹쌀죽을 끓이는 것 같다 단내를 내며 여름을 떠받들고 있는 풀잎들 천 개의 혀를 가진 나무들이 더위를 물고 있다 아무 데나 털썩 걸터앉는 여름 아는 이름 없는 낯선 흙을 밟으며 아홉 봉우리 언제 다 넘어갈 수 있으려나 바..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아무것도 아니란다(북한산 탕춘대능선) 아무것도 아니란다 비가 오는 일은 이제 참 익숙한 일이다 우산을 써야겠지만 맞아도 될 것 같고 한여름에 비를 맞는 일은 아주 익숙한 일이다 비를 맞으며 산으로 가는 일이나 산으로 오르는 사람을 무시하고 센 걸음으로 달려오는 빗방울이나 그동안 알면서도 모르는 것 같이 모르면서..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절벽을 오르다(신불산) 절벽을 오르다 벌레가 기어가고 있다 어디를 가는지는 모르지만 길처럼 생긴 잎을 따라 산으로 가고 있다 온종일 기다시피 했다 끝에 대한 짐작이 여러 번 빗나가면서 길처럼 생긴 바위를 따라 이 절벽에서는 보이는 것이 길이 아니라 마음 가는 곳이 길이 되는 시간 순간 벌레보다 길을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묘향대(지리산 반야봉) 묘향대에서 숨어 있는 길을 따라 암자에 이르니 웃고 있는 망초 꽃이 납자를 닮았네 밝은 햇살 한가운데 수행하는 묘향대 발길 들여놓기 민망하여 골짜기를 향해 눈빛을 내려놓자니 아득히 먼 곳 참 산봉우리가 많기도 하다 내 몸에 이는 바람 소리, 풍경 소리 아무것도 모를 때 보이는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