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대에서 신선대에서 어둠 사이로 산에 오르니 참으로 좋다 이 산이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가파른 것인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저 걷기만 하면 된다 바람이 좀 거칠다 싶은 벼랑 위에서 새벽과 아침 사이를 뚫고 나올 해를 기다렸다 동풍의 힘 온몸이 따듯한 해를 기다렸다 눈썹과 눈썹 사이 네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12.05
적상산을 오르며 적상산을 오르며 나이 쉰이 넘었어도 아는 것이 있으면 얼마나 알까 50년을 돌아다녔어도 아는 곳이 얼마나 될까 적상산이 여기 있는 줄 몰랐다 적상산 붉은빛 때문에 참말로 미치겠다 저 붉은 것들 사이의 길 비틀거리지 않고 걸을 수 있던가 아무래도 저 깊은 하늘에 빠지겠다 춤추는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12.05
만조의 시간 만조의 시간 언젠가 걸었던 이 길은 온통 자갈투성이 길 큰 돌, 작은 돌, 못생긴 돌, 둥근 돌들이 모여 넓은 길을 이루었는데 수많은 돌의 등을 타고 밀려온 바닷물 물의 왕국이다 길었던 그 길은 바닷 밑에 들어가 겨울잠을 청하는가 돌 같은 알을 품고 내일을 꿈꾸는가 나는 길을 잃어버..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12.05
모자 모자 그 여자가 쓰던 하얀 모자를 선물 받았다 낯선 손으로 옮겨진 모자에는 익숙했던 사람의 파운데이션이 묻어있다 그 여자의 색깔이 따라온 것이다 참나무 속살 같은 색깔이다 냄새가 난다 넓은 창을 가진 모자에는 참나무 냄새가 가득하다 평생 잃어버린 낙엽을 그리며 그 낙엽 색깔..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10.15
황금산에서 황금산에서 바람이 빚은 바위인지 파도가 깎은 바위인지 기막히게 빼어난 바위를 봅니다 파도가 산으로 오르면서 바람이 바다로 뛰어내리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동안 나는 어느 풍경 속을 걷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에서야 여기에 서 있노라니 저 풍경을 깎던 노래를 부르고 싶..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10.15
의상봉 의상봉 그렇게 오르고도 길을 모른다 북한산은 수십 갈래 길을 흩어놓고 알아서 찾아 오르라 한다 산이 자극하는 거친 숨소리 가슴이 터질듯하다 멎지 않는 숨소리 묵묵한 바위가 들었으리라 하늘 높이 서 있는 소나무도 들었으리라 땡볕에 바위만 뜨거우랴 머리끝까지 붉은 혈관이 뜨..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10.15
아무것도 아닌 일이(미인봉에서) 아무것도 아닌 일이 가쁜 호흡, 늘 힘들다 그래도 산에 오르는 이유는 저 물빛 같은 바람 때문이다. 바람 때문에 어떤 나무는 눕고 꽃이 지는 일이 일어나지만 나는 바람 때문에 온몸이 가볍다 나뭇가지가 흔들릴때마다 내 갈 곳이 수없이 흔들렸지만 꽃잎이 질 때마다 사라진 꿈도 많지..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10.15
그리움을 남기면서(대이작도, 사승봉도) 그리움을 남기면서 멀지 않은 곳에 섬이 있습니다 그 섬은 크지도 않고 별말이 없습니다 이름만 알뿐 어떤 새가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난, 왜 그 섬에 가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물새처럼 서서 어젯밤에도 바라보았고 오늘도 내내 바라보았습니다 사랑을 꿈꿀 때 섬이 되고 싶어..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7.29
자작나무 숲 속에서(원대리) 자작나무 숲 속에서 자작나무 숲에서 하늘을 본다 깊은 숲 속에서 하늘을 본다 낮 하늘보다 밝은 백야의 숲에서 손이 닿지 않은 나무 끝을 본다 아득한 푸름이 하늘 아래 속삭이는데 너무 높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다 다만, 저 푸른 시간의 이야기들을 희미하게 기억할 뿐 아..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7.29
동백(여수 금오도) 동백 제 살 찢고 핀 동백 참 태연하다 마디마다 고였던 핏물이 터져 딱지 앉았네 어느새 동백은 가고 길에 떨어진 딱지 붉음, 그대로 내 몸에도 동백이 피려나 아니면 새가 둥지를 틀었는지 어깨 위에 앉은 새 부리로 밤낮없이 쪼아댄다 언제 붉은 딱지 앉으려는지 언젠가는 어깨의 통증..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