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하고도(2014.8.30.지리산 촛대봉) 그렇게 말하고도 지리산 저 끝 천왕봉에는 안개 때문에 길이 가물가물하다 이 끝, 촛대봉에 서 있는 나는 발뒤꿈치를 바위에 붙이고 머뭇머뭇 길이 아니라 더는 갈 수가 없네 온천지에 구절초가 저리 웃고 있는데 뉘라서 저 꽃을 밟으며 천왕봉으로 향할거나 지리산의 등에 오른 구절초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9.04
아름답다, 아름답다(2014.08.23.정선 하이원하늘길) 아름답다, 아름답다 집 없는 꽃들이 제멋대로 피어있는 길 이대로 종일 걸어도 좋겠다 말라리 꽃 지고 나면 모싯대 피고 모싯대 지고 나면 구절초 이슬지고 나면 금방 잊고 마는 꽃 이름 그래도 아름답다, 아름답다 고승 같은 산허리에 선 꽃들이여 어느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평..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9.04
은둔을 꿈꾸고 싶을 때(2014.8. 삼척 이끼폭포) 은둔을 꿈꾸고 싶을 때 먼 훗날 내 어머니가 먼 곳으로 가고 없더라도 갈 곳이 있네 어머니 땀내보다 진한 송진 냄새가 있고요 저고리 깃에 놓은 수보다 이쁜 칡꽃이 피었고요 한숨보다 더 깊은 골짜기를 따라가노라면 어머니의 속내를 닮은 성황 골 폭포 천 년을 자라고도 세상 밖을 넘..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9.04
그냥 걸어서(2014.7.27. 화천 비수구미) 그냥 걸어서 오지의 땅에 이름 없는 내가 길을 걷는다 물길을 따라 한줄기 길 이정표가 없어도 이 길만 무심히 걸어가면 되리 칡꽃은 칠월을 감아 오르고 오지의 물길은 정오의 햇빛에 걸려 자맥질이다 애써 들꽃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오지의 땅에서 알아서 무엇하리 걷기 위해서 왔..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7.30
흔한 이야기를 나누고도(2014.7.26.송도) 흔한 이야기를 나누고도 날마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걸어서 또 걸어서 너를 만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웃거나 웃지 않거나 걷거나 혹은 걷지 않아도 지구는 어차피 돌고 있다 나는 동쪽으로 걸어가고 그는 서쪽으로 걸어가면 언젠가는 만날 것 같지만 그렇게 만났..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7.30
목섬에서(2018.6.28.선제도 목섬) 목섬은 넓다 목섬은 사람이 살지 않고 작은 섬이라 생각했고 그저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건너가는 섬 나와는 상관없는 갈매기의 휴식처쯤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물이 빠진 목섬에서 바다물이 밀려나간 모래밭에서 가장 긴 여행을 해야 할 섬 세상에서 가장 큰 섬을 만났다 가던 길을 멈..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6.29
하이원 하늘길에서 하이원 하늘길에서 내가 그렇게 착한 사람이었나 천국에 오다니 요란하지 않은 꽃들은 바람을 맞이하고 높은 곳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머리털 휘날리는 전나무 나지막이 엉켜서 일어날 줄 모르는 산죽 떼 귓전을 파고는 새소리, 처음 듣는 소리 무슨 새, 무슨 새, 또 무슨 새..... 엊그..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6.12
잣나무 숲에서(2014.6.7. 가평 잣나무 숲에서) 잣나무 숲에서 잣나무처럼 서 있었다 잣나무 끝에 걸린 하늘은 세상에서 가장 높다 보잘것없던 꿈이 잣나무를 타고 오른다 한참을 올라야 만나는 하늘 푸른 하늘은 언제나 높이 있는거다 잣나무 숲에서 하늘을 보면 온 세상이 만만하다 자유롭고 거만하고 당당한 걸음으로 걷고 싶다 이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6.11
꽃에게 (2014.6.4.송도달빛공원 양귀비) 꽃에게 붉은 나비처럼 흔들리고 싶다면 차라리 꽃, 알몸으로 살아라 짧은 한철 꽃으로 왔다 가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사람이 꽃이 되지 못하는 것은 말로 영혼을 가리고 가슴에는 너무 많은 생각을 안고 제대로 흔들리지 못하기 때문 지나는 바람 한 점에도 손길을 타려면 꽃..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6.06
자작나무숲, 세 번째 자작나무숲, 세 번째 굽히지 않는 저 하얀 기세 백의의 외침이 가차 없이 솟아오른다 꽃들조차 요동 없이 숨을 멈추고 하늘을 치고 오를듯하다 어디서 몰려왔는지 수없이 날아드는 잎들 자잘한 바람에도 아우성인 저 잎들 결국은 어디론가 떠나겠지만 영원한 외침 굽힘 없는 기세 자작나..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