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 바람(상주 성주봉) 風, 바람 너무 험한 길을 걸어왔는가 바람이 일지 않으면 오히려 외롭다 거칠게 호흡을 일으키며 산에 올랐을 때 바람이라도 불어야 좋다 멀리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바람 소리라도 있어야 가슴이 뛰는 것 같고 바람의 힘처럼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겠다. 멀리서 달려오는 바람 소리가 좋..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2
지속하는 기억 (인제 방동리 약수터) 지속하는 기억 추운 날 점퍼의 지퍼를 턱밑까지 올리고 우물같이 깊은 신발을 신고 유년의 길을 걷는다 꽁꽁 여민 옷을 뚫고 온몸에서 노래하듯 말이 튀어나온다 발끝으로 미끄러지던 옛날이 말을 하고 손에는 눈 뭉치 굴러가는 소리를 낸다 몸에는 꿩의 깃털이 날리고 마음은 연을 따라..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2
그날의 겨울은 (지리산 바래봉) 그날의 겨울은 겨울의 한가운데, 지리산에 들면 눈이 발등에 올라앉고 하늘에는 눈꽃이 은하수처럼 반짝일 것 같았지 그날의 겨울은 눈을 묻히지 않고 있었다 꽃눈을 잉태한 철쭉의 세상을 지키느라 바람은 골짜기에 눕고 태양은 기침 없이 서성인다 푸르다는 것은 깊어져 가는 것 눈이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2
강을 건너며 강을 건너며 어느 길 끝에서 강을 만난다 산에서 내려온 짐승처럼 목을 뻗어 마시고 싶을 만치 맑은 물 물고기떼가 보이고 자갈에 걸리는 물결이 보이고 물속에 잠긴 내 발가락까지 보이는 강 뒤돌아가기에는 너무 멀어 바지가 젖더라도 하늘보다 더 푸른 강을 걸어서 간다. 오지를 배경..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10.31
억새가 사는 곳에서 억새가 사는 곳에서 거친 숨을 쉬며 올라온 이 부끄럽게 은빛으로 터진 꽃은 하늘 아래 우아하게 반짝이네 어디에서 바람은 불어왔는지 흔들리는 모습이 황홀하다 세상에 어느 꽃이 저리 아름답게 흔들릴까? 이른 가을바람에 벌써 흔들리는 이 마음 마음이 황홀하듯 아찔하다 바람이 가..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09.12
꽃에 손을 내밀어(양양 달하치에서) 꽃에 손을 내밀어 모르는 마을 달하치月下峙 멀리서 여기까지 왔네 극성스런 여름이 내키만한 꽃들을 키웠는데 낯설어서일까 바쁜 것도 아니면서 걸음은 땅에 닿기 바쁘게 옮겨간다 세상을 다돌아 볼 것처럼 걸어가면 무엇하나 같은 시간에 살아있는 저 꽃에는 뿌리가 있는데 내생에는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08.08
연밭에서 연밭에서 연꽃이 눈앞에 왔다 물 위에 그림자를 내주고 있다 그림자가 아무리 예쁜들 꽃보다 예쁠까 바람이 부는 데로 꽃잎을 따라다니는 그림자 저번에도 그랬는데 또 그 생각이 떠오른다 요단 강 건너가는 꽃상여같이 아무도 함께 건너지 못하고 홀로 건너가는 꽃상여 먼발치서 강을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08.01
꽃밭에 앉아서(덕유산) 꽃밭에 앉아서 오랫동안 베란다에 화초를 키웠었다 옹기종기 작은 그릇에 들어앉아 철마다 꽃을 피우게 했다 베란다는 자꾸 비좁아지기 시작했다 300원짜리 꽃이 강산을 두 번 넘기는 동안 서서 눈빛을 마주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하늘에 닿을 듯한 산에 오르고부터 천상의 화원이 펼..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07.11
안갯속에서 안갯속에서 안갯속에 서 있으니 안개 뒤에 숲은 것 같다 그대가 안 보이고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숨고 넓은 하늘이 가려지고 가까이 있는 사람의 옷 색깔이 무채색으로 변한다 온 우주를 덮어버릴 것 같은 안개의 습격 신비의 나라에 온 것 같아 온몸에 안개가 흐르다 못해 순하게 고개를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07.04
비의 단상(강화 고려산) 비의 단상 비가 온다는데 집을 나섰다 오다가 말겠지 비가 온다 진달래는 보고 가야지 오다가 말겠지 비가 온다 저 건너 진달래밭이다 오다가 말겠지 비가 온다 춥다. 옷이 젖는다 우경雨景의 진달래가 가엽다 가던 길이 이상해지는 순간이다 비가 온다 다음날까지 비가 온다 비를 뒤돌..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