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일 눈 내리는 날 (회룡포) 눈 내리는 날 겨울 이맘때 회룡포에는 밖으로 솟는 뿌리며 잎이 떨어져 나간 상처에 사그락사그락 새살 돋는 소리가 난다 새살은 눈부시다 눈부신 시간 위를 희미하게 길을 내는 겨울 강바람에 금방 굳은살이 박인다 그래도 나무는 기억한다 밤을 지새워 하얀 살이 돋아나던 밤 나무는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3
바위산을 오르며 (영덕 팔각산) 바위산을 오르며 여덟 봉우리 바위산을 오른다 바람이 몇 번이나 걸려서 넘어졌을 모난 몸을 가진 그를 네발로 기대어 오랫동안 숨겨왔던 숨을 쏟아낸다 기댄다는 것은 등을 보이는 일 낮은 몸으로 참았던 숨을 토해낸다 어쩌면 바위 사이에 평생 기다리는 정령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틈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3
산은 공전한다 (영동 민주지산) 산은 공전한다 산이 나를 품은 지 오래다 엄마 품 절반, 산의 품 절반 운이 좋은 편이다 엄마의 우주에서 벗어나 산의 등을 타고 가고 있다 바늘 바람이 가는 곳을 아는가 방황하는 눈발이 가는 곳을 아는가 미지의 우주를 향하여 가고 있다 잠시 멈춘 산봉우리 태풍의 눈처럼 멈춰진 곳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3
바다 (정동진 바다부채길) 바다 덩치가 커서 온종일 먹어도 배고프겠다 배고파 우는 아이처럼 날마다 먹이를 찾아 뒤척인다 오늘도 그들은 배가 고프다 그래서 일어서지 못하고 부서지고 밀려가고 마는 것들 배가 고픈 것들은 절망할 틈이 없다 금방 잡은 물고기처럼 입을 벌리고 살기 위하여 호흡하는 것이다 큰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3
눈의 나라 (감악산) 눈의 환생 어디까지가 갔다가 돌아오는 것일까 무슨 미련이 있길래 마디마다 쌓여 나무로 환생하는 것일까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나무가 되어있다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다시 돌아와 나무가 된 것일까 나무가 두팔을 벌리고 있는 이유가 있었네 마지막 잎새 지우는 계절 나목이어도 좋겠..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3
고지를 향하여(월출산) 고지를 향하여 넉넉한 들판에 모여있는 바위의 전시장 수억 년의 계절 동안 일어서 산이 된 바위들 꽃이 지고 들녘이 휑할 때 가장 높이 있는 바위가 되고 싶다 바위들이 겹쳐있는 곳 험준함과 둥근 것이 공존하며 침묵의 탑처럼 버티고 있는 바위 성들 숨결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절벽을..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3
무의미 (비진도) 무의미 살아온 세월이 무의미하고 무의미한 세월이 흘러간다 날마다 길을 떠나는 나는 기쁨이 있다거나 꿈이 있다거나 그래서 나서는 것은 아니다 비진도를 기억한다고 해서 비진도가 그리운 것은 아니다 섬 깊숙이 뿌리를 박고 있는 동백나무 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을 비진도 밖의 사..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3
모르니까 (백암산) 모르니까 가을비는 추적추적 백암산 붉은 단장 다 씻기겠네 여기까지 왔으니 오르기야 하겠지만 이 비에 산에 오른다는 것은 누가 보나 미친 짓 그냥 있으면 뭐하겠어 아직은 춥지 않아 견딜만하겠지 아직은 설익은 단풍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이거 꼭 올라야 하나 속으로야 어떤지 모르..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3
살다가 어느 가을날(소야도) 살다가 어느 가을날 바람이 부는 날 문밖으로 나왔는데 어디로 가나 보슬비가 내린 새벽 부둣가에 왔는데 어디로 가나 어디라도 좋으니 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듯 보내는 염원 바람이 분다 냄새가 난다 바다를 닮은 바람의 냄새 바다의 깊이만큼 등이 휜 바다 그 바다를 건너 소야도..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3
꽃에 대한 사유 (정선 하늘길) 꽃에 대한 사유 가는 걸음 붙잡고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던 그 얼굴은 어디로 갔는가 소리 없이 웃어도 한참이나 바라보았던 그 시절은 어디에 있는가 천 년을 아니 잊을 것처럼 서리서리 묻었던 향내는 그대로인데 찬바람이 불기도 전에 또 어디로 떠나갔는지 나는 그대의 시간에 멈추었..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