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에서 마이산에서 닮은 봉우리끼리 백 년을 지내도 천 년을 지내도 저 봉우리 따로 있는데 우리는 어디서 만나 여기까지 함께 왔을까 같은 봉우리에 올라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네 함께 걸어온 길 저 길이 그리 아름다웠노라. 여기에 그대와 서 있으니 탁한 도시의 봄은 잊히고 겨울을 지나온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04.11
여자에게 꽃은 여자에게 꽃은 꽃을 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퇴근길, 길에서 파는 꽃을 샀다 향이 진한 프리지어와 색이 붉은 장미 그중에 장미를 샀다 아직도 나는 장미를 부러워한다 아무것도 아닌 여자가 꽃을 사는 날은 책 한 권을 읽은 것보다 더 풍요롭다 여자가 장미를 사는 일은 살아서 꿈..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03.30
안갯속에서(남덕유산) 안갯속에서 높은 곳에서 먼 곳까지 이어지는 겹겹의 능선에 취하거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꽃을 보거나 기대를 하며 산에 오른다 겨울 칼바람보다 더 센 힘으로 올라 발아래로 굽이치는 산하 가장 큰 우주를 만난 것같이 세상을 바라보리라. 덕유가 안갯속에 갇혔다 그뿐만 아니라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02.15
그리운 사람 때문에(정선 백운산 하늘길) 그리운 사람 때문에 하늘은 맑았지만 날씨가 추웠지요 눈이 겹겹이 쌓인 산이지만 길을 찾을 필요가 없었지요 남들이 무수히 낸 발자국을 따라 발만 옮겨 놓으면 되는 길이었지요 눈에 선한 길 오랜만에 그리운 이가 동행합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좋을 텐데 고요한 길을 걷고 있을 때 앞..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02.08
설레며 산에 간다 (장수 장안산) 설레며 산에 간다 눈 덮인 산이 뭐가 좋다고 새벽밥 먹고 길을 나섰는지 거친 바람이 부는 산이 뭐가 좋다고 밤잠을 설레며 길을 나서는지 겨울 산 정상에 서보라 내 몸은 어느새 하얗고 영하의 투명한 피가 멈추었을 때 저 길을 따라 오늘만 머무는 곳 과거와 미래를 잊는 단순한 순간이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01.11
새해 꿈(새해 만월산에서) 새해 꿈 올해는 꿈을 꾸며 살아가려나 보다 살고 싶고 여행을 떠나고 싶고 그 길에서 인연을 만나고 싶을 때 산에서 해를 만나기를 꿈꾼다 강추위를 뚫고 해가 뜨다 어느 산, 어느 바닷가에서 저 해를 본 그대여 가슴이 울렁거렸거나 어디론가 떠나야겠다는 꿈을 꾸었다면 행여 같은 길에..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5.01.01
붉은 것(내변산) 붉은 것 긴 시간을 산행하고 좀 늦다 싶은 점심을 먹었다 배를 채우고 나서야 붉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 그렇지 뭐 밥을 비운 도시락에 툭툭 떨어지는 잎들 이리 붉은데 잎을 비운 단풍나무 빈 가지에는 바람만 스치겠지 붉은 것에 취해 아무도 빈 가지를 올려다보지 않는다 다 그렇..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11.09
가벼워진다는 것은(오대산 선재길) 가벼워진다는 것은 다 자란 잎 더는 붉어짐을 멈춘 잎이 가볍게 떨어진다 오그라진 낙엽이 나무 밑동으로 찾아드는 계절 붉음이 끝나는 계절은 가벼워짐을 의미하는 것 걸을 때마다 몸이 무겁다 돌다리를 건너뛸 때마다 더욱 무거움을 느끼는 몸 푸름이 멈춘 시간 그렇지만 붉은 아가미..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10.18
설악산 신선봉에서 설악산 신선봉에서 가쁜 호흡을 달래며 올라선 신선봉 기세 좋은 산줄기에 취해 땀이 식는 것을 잊겠다 그만, 발길을 멈추고 여기에 쉬고 싶다 산은 걷는 곳이 아니라 쉬는 곳 멀리 울산바위가 보이고 공룡능선과 칠형제봉, 범봉 어느 만치 전망 좋은 곳에 앉아서 마음 가는 봉우리에서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10.05
도솔암에서(해남 달마산) 도솔암에서 땅끝에 가면 그다음은 어디로 가나 갈 곳 없는 슬픈 짐승이 될까 멀고 먼 길 미루고 미루다가 언젠가는 가야 할 땅끝 끝이라는 말이 그냥 서글프다 날 선 달마산의 등줄기를 따라 발끝을 달래며 도솔암에 앉으니 길 끝에서 새가 되는구나 땅끝에서 하늘을 만나니 낮달이 되는..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