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3.31. 바람 부는 날(완주 기차산 장군봉에서) 바람 부는 날 어제까진 봄날이었다가 오늘은 눈발이 날린다 이런날 진달래는 어쩌자고 다 피어버렸네 천군만마의 군화 소리 같은 바람은 장군봉을 향하는데 봄은 여러 겹으로 울타리를 친다 바람 속에 서 있는 삼월이 벼랑 끝으로 떨어져 나갈 때 진달래 혀 빼물고 다시 산자락을 오르겠..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9.03.31
2018.12.15. 바람이 분다해도(발왕산에서) 바람이 분다 해도 아무리 춥다 해도 가고 싶어 간다 북극점 같은 그곳에 서서 순환하는 산하를 보노라면 내 삶이 돌고 돌아 여기에 올 수밖에 없었던 약속이었나 아침과 저녁 빛깔이 닮았듯이 수년 전과 지금의 체온이 너무도 닮아 빙빙 돌아가는 북극점 같은 여기에서 산줄기마다 선을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8.12.15
2018.10.21.일. 마산봉의 풍경 (마산봉에서 ) 마산봉의 풍경 잎이 다 떨어지네 바람이 와서 붉은 것들을 데려가네 가지마다 한두 잎씩만 두고 다 데려가네 바람은 나뭇잎들의 저승사자 일 년을 못 채우고 떠나간다 지킬 것이 없는 참나무는 온몸에 골이 깊어가고 어제보다 더 거칠어가고 바람이 간 곳을 향해 가죽만 남은 손을 흔든..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8.10.21
2018.6.6. 현충일, 설악산에서( 설악산 귀때기청봉을 걸으면서) 현충일, 설악산에서 침묵의 상자 속에서 오는가 계절은 언제나 기척 없이 오네 마음속에 잠재웠던 생각들을 쏟아내는 나무들 짙어서 단단한 줄기를 박차고 일어나는 잎새 그 짙은 그늘 때문에 내 생각은 그늘 밑으로 숨는다 수없이 걸었던 설악의 길 난 아직도 서툴다 생각 많은 나무 그..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8.06.06
바위틈에 피는 철쭉(2018.4.28. 주작산에서) 바위틈에 피는 철쭉 다시는 못 올 것 같은 주작산에 또 왔다 바위틈마다 바위의 내장 같은 꽃들이 솟는다 절벽을 잡고 하늘을 향하여 치솟는 유혹 굳게 닫혔던 입을 열어 붉을 대로 붉은빛이 번지고 있다 오랜만에 붉은빛으로 증발하는 아침을 본다 바위틈에서 세월과 맞바꾼 화려함을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8.05.15
상고대(2018.2.10.계방산에서) 상고대 나무들의 호흡이 찬바람때문에 얼어붙었다 얼마나 맑은 영혼이었으면 숨을 쉬는 것마다 꽃이 되었나니 엄동설한 떠날 곳이 없었던가 성긴 영혼들 나무를 붙들고 겨울을 나고 있다 어느 스님이 미련을 가진 영혼은 이승을 떠나지 못한다고 했다 저 영혼 같은 꽃들은 마디마디 붙..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8.02.10
2018.1.28.일. 바람( 선자령에서) 바람 산에 오르면 하늘이 문을 연다 바람을 가두었던 문이었던가 하늘이 넓을수록 바람은 거세다 저 많은 눈을 갉아 먹고 오랜만에 찾아든 이마저 밀어내더라 고삐 풀린 바람이여 사방이 그대 가는 길이라 바람이 등을 떠미는 길을 따라 낮은 곳으로 흐르는 길 그렇게 기세 좋은 바람도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8.01.28
눈꽃은 꽃술이 없는 까닭에(2018.1.13 덕유산에서) 눈꽃은 꽃술이 없는 까닭에 눈꽃의 색을 흰색이라 한다 햇빛 몇 줌이면 사라지고 마는 저 색을 흰색이라 한다 흰색의 어원은 어디에서 왔는지 꿈처럼 왔다가 가는 유령 같은 색 그래서 흰색은 슬프다 덕유평전을 가득 메운 눈꽃 꽃술도 없이 씨방도 없이 밤새워 번식한 눈꽃들 붉은빛 하..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8.01.13
2018.1.6.토. 고도의 풍경(정선 '운탄고도'를 걸으며) 고도의 풍경 겨울이면 눈이 녹을 줄 모르는 길에 푸른 하늘이 물드는 날 '운탄고도'를 걷는다 세상을 이루는 색은 두 가지 흰색의 보색은 파란색 순한벌레처럼 고도를 걷는다 물레에서 실을 뽑듯 정처없이 길을 뽑아내는 발걸음 그 길이 무명실 같다 종일 걸으며 풀어낸 실 위에 베틀에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8.01.06
2017.12.9.토. 수장水葬(내변산 내소사) 수장水葬 날이 추워지니 골짜기를 흐르는 물이 수척해진다 끝도 없이 떨어지는 나뭇잎을 수장하다가 손을 놓고 야위어간다 차곡차곡 쌓이는 붉은 영혼과 그대로 잠들어가나보다 화석처럼 지울 수 없는 광경 분 골처럼 쏟아지는 흰 눈 사이로 정처 없이 떠나가는 길 겨울 골짜기를 감고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7.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