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꿈 찔레꽃 꿈 눈에 익을 대로 익어서 젖무덤 사이를 지나는 것 같이 편안한 길 나무계단을 지나 한 자 폭의 길을 걷자니 취한 듯 흐려지는 발걸음은 장배기를 넘고 또 넘는 달 같다. 달빛이 쏟아 내는 찔레꽃밭 하얀 성에 갇혀버렸네 소매 밑 하얀 살이 설탕처럼 녹아내릴 때 줄기를 더듬고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선운사 선운사 선운사에 간다 낯선 곳이 없어서 편안히 간다 절정으로 웃고 있는 동백의 목젖이 그립고 도솔암 문전에서 침묵하는 하늘이 그리운 날에는 비가와도 선운사에 간다 밤새 기침를 하고도 너에게 간다 하도 편안해서 물어보지도 않고 간다 봄비 오듯 소리 없이 갔다가 네가 없을지라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꽃의 부활(운길산에서) 꽃의 부활 진달래가 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부활을 한다 그대로인 색 그대로인 모양 세월을 잊고 낮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부활을 한다 운길산 절간 앞에도 웃으며 부활을 한다. 사월은 꽃의 부활절. 梁該憬 2012. 4. 14. 운길산에서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동석산에서(진도) 동석산에서 하루종일 아침이다 눈을 감아도 책에서도 해가 뜬다 동석산에서 만난 일출이 하루종일 붙어 다닌다 날 선 바위를 걸어도 아프지 않다 동백꽃 피고지는 섬으로 날고 싶다 내가 전생에 새였던가? 비는 주적주적 오는데 이곳저곳 살이 아프다 발끝에서 붉은 진달래 터지고 손끝..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두타산에서 두타산에서 두타산에 또 눈이 왔네 낼모레가 사월인데 무릎까지 눈이 왔네 고집불통인 겨울 성질을 이기지 못해 이리저리 설쳐댄다 큰 맘 먹고 끝까지 오르려 했는데 자꾸 길을 지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고집불통 겨울을 두고 어디선가 기웃거릴 봄을 찾아야지. 梁該憬 2012.3.25. 두타산..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봄맞이(보납산) 봄맞이 묵은 솔잎 속에 숨어 있는 싹 겨우 찾은 보물이라 나만 봄을 본 것인가 강녘을 노니는 산자락에 봄빛이 들었네 빗살무늬 솔잎은 강물처럼 푸르고 봄 때문에 또 한해를 산다 온몸에 살금거리는 봄빛 겨울을 이긴 씨앗처럼 체념의 시간에 새싹이 돋네. 梁該憬 2012. 3. 15. 가평 보납산..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덕유산에서 덕유산에서 여기에 오거든 설렘을 거두고 묵묵히 걸어가라 비밀스러운 비경도 없고 감탄스런 기암은 없다 바람의 속도로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라 속을 다 보여주는 산줄기 하늘과 맞닿은 저끝에 살아온 날들이 등을 보여주며 가고 있다 굽이치는 등줄기 위로 쉴 새 없이 넘나드는 바람처..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이른 인사(함백산) 이른 인사 봄은 하늘로부터 오는가 눈은 지천으로 은 백인데 하늘에 가득한 온기 몸 안의 것이 밖으로 나온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시리도록 하얀 설원 가슴 한쪽에 눈물이 울컥하는데 봄은 시린 가슴에서 새 촉을 틔우는 것인지 멀리 둥근 산 머리 아래쪽에 복수초가 시리도록 웃고 있..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산솔마을(단풍산입구) 산솔마을 명산을 벗어나 급하고 굽은 길을 벗어나 아침을 벗어나 아무리 낯선 곳이라도 허허로이 쉬어가고 싶을 때 나무, 나무를 만났다 나무와 나무의 풍경에 섞이지 못하고 홀로 길손을 잡는 나무여 눈발에 섞여 있는 내가 나무에게로 갔었다 사흘간만 꼬박 새며 달빛을 보고 싶기도 ..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
제부도에서 제부도에서 무작정 찾아왔지만 파도에 묻혀버린 길 때문에 몇 번인가 뒤돌아서야 했던 섬 이제야 길이 열리네 막연히 건너가고 싶은 사람 간간이 너를 스치지만 소통로를 찾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너를 만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그 사람 우연히 열린 길을 따라 잘 아는 것처럼 건너갔다 가.. poem-아직도 모르지만 2013.04.29